서론
척추 경막하혈종은 드물며, 원인으로는 외상, 혈액응고장애, 항응고제 치료, 척추 천자, 두개골 수술, 혈관 기형 등이 있다[
1]. 두개내와 척추 경막하혈종의 동시 발생은 척추 경막하혈종 단독보다 더욱 드물며[
1,
2], 이 현상의 병인은 잘 밝혀지지 않았다. 본 논문에서는 외상 후 두개내 그리고 척추 경막하혈종이 동시 발생한 사례를 소개하고, 척추 경막하혈종의 예후 및 치료방법에 대해서 논의한다.
증례
81세 여성이 본원 내원 5주 전 2미터 높이에서 낙상 후 타 병원에서 진료받았고 뇌 전산화 단층촬영 및 요추 자기공명 영상을 촬영하여 급성 출혈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보존적 치료를 받았다(
Fig. 1). 이후 추가적인 외상없이 지냈으나 양하지 방사통 및 주관적인 근력 저하 소견을 보여 추적 검사를 진행하였고, 내원 3주 전(수상 2주 후) 시행한 뇌 및 요추 전산화 단층촬영 결과 아급성 경막하혈종 소견을 보였다(
Fig. 2). 이후 환자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듣고 본원으로 전원 되었다.
환자는 고혈압 외에 진단받은 질환은 없었고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 등 출혈 경향성을 높일 만한 약물도 복용하지 않았다. 혈액검사 결과 혈소판 333,000개/mm3, 프로트롬빈 시간 11.6초, 활성화 부분 트롬보플라스틴 시간 22.6초로 응고 장애를 의심할 만한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본원 내원 당시 의식은 명료하였으며 주된 증상은 허리부터 양측 다리로 내려가는 통증이었다. 또한 약간의 두통이 있었으며 양측 다리 근력은 보행 가능할 정도로 유지는 되었으나 주관적인 근력 저하를 호소하였다.
내원 후 본원에서 추적 검사한 뇌 전산화 단층촬영 및 요추 자기공명 영상에서도 두개강내 경막하혈종 및 척수 압박을 동반한 척추 경막하혈종 소견이 함께 관찰되었다(
Fig. 3). 이에 대해 요추천자 시행하여 척추 경막하혈종에 대한 배액을 시도하였으나 배액이 되지 않았고, 전신 마취 하에 양측 버홀 천두술과 요추 후방 감압술 및 혈종 제거술을 시행하였다.
수술은 특이 합병증 없이 잘 진행되었고, 수술 후 두통, 양하지 통증 및 위약감은 즉시 호전되었다. 수술 후 시행한 뇌 전산화 단층촬영 및 요추 자기공명 영상에서도 경막하혈종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Fig. 4). 환자는 증상 호전 및 수술 부위 상처가 문제없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하고 수술 후 6일차에 요양병원으로 전원하였다.
이 증례보고는 본 기관의 임상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고찰
척추 경막하혈종은 드물지만 외상 환자[
3], 척추 마취 또는 척추 시술을 받은 환자[
4-
6], 또는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7,
8]에게 자발적인 발생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었고, 외상 후 지연성 발생에 대한 보고도 있다[
9]. 척추 경막하혈종의 진단은 자기공명 영상을 통해 할 수 있고 최근에는 자기공명 영상 사용의 증가로 척추 경막하혈종의 보고가 증가하고 있다[
10].
Kim과 Sim [
11]은 우리의 사례와 비슷하게 두개강내 경막하혈종과 척추 경막하혈종의 동시 발생을 보고하였다. 82세 여자 환자로 내원 6주 전 낙상 후 기면 의식 상태와 보행 불가 증상으로 시행한 뇌 전산화 단층촬영 결과 양측 만성 경막하출혈 소견을 보여, 응급 버홀 천두술을 시행하여 혈종을 제거하였다. 환자는 수술 후 4일차에 허리 통증 및 양측 다리 방사통을 호소하였고 양측 다리의 주관적 근력 저하를 함께 호소하였다. 요추 자기공명 영상 촬영 결과 흉추-요추-천추로 이어지는 경막하혈종 소견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보존적 치료를 하였고 16일 후 촬영한 추적 요추 자기공명 영상 결과 경막하혈종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환자는 증상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급성 두개내 경막하혈종은 서서히 침강되어 소뇌천막 포면이나 두개저로 이동하며 이러한 현상을 통해 척추 경막하혈종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만성 경막하혈종은 혈종 내외로 막으로 둘러싸여 혈종의 이동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Morishige 등[
12]은 자기공명 영상 검사를 통해 만성 경막하혈종의 경우에도 두개내와 척추 경막하혈종이 같은 곳에서 발생하여 이동했을 가능성에 대해 보고하였다.
두개강내 경막하혈종과 동반된 척추 경막하혈종의 유병률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고, 임상적으로 경미한 증상일 경우 영상 검사를 진행하지 않아 누락된 경우가 많을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자기공명 영상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가까운 장래에 척추 경막하혈종에 대한 인식이 많이 증가할 것이다[
13].
척추 경막하혈종은 증상의 중증도 및 영상 검사를 통한 척수 압박 소견을 고려하여 보존적 치료 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Porter 등[
14]은 척추 경막하혈종 환자에 대한 치료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다. 척추 경막하혈종 환자 중 55.2%에서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였고, 수술 환자 중 신경학적 결손을 보이는 환자는 46.9%, 신경학적 검사 결과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는 31.3%였다. 보존적 치료를 지속하였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수술적 치료를 받은 환자는 전체 수술환자 중 6.3%였다. 보존적 치료 및 수술적 치료 후 81%에서 남아있는 신경학적 증상이 없이 완전 회복되었다. 완전 회복이 되지 않았던 사례는 모두 영상 검사 결과 혈종에 의한 척수 압박 소견을 보이며 주관적인 근력 저하를 호소하는 경우였다. 따라서 영상 검사 결과 명확한 척수 압박 소견이 보이거나 주관적 근력 저하 등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경우 나쁜 예후를 시사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 등의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례에서도 환자는 양쪽 하지 방사통 및 주관적인 근력 저하를 호소하였고, 영상 검사 결과 척추 경막하혈종으로 인한 척수 압박 소견을 보였다. 따라서 수술적 치료를 진행하였고 수술 후 환자의 증상은 급격한 호전을 보여 신경학적 증상을 완전히 회복하였다.
결론
본 사례에서 지연성으로 두개강내 그리고 척추 경막하혈종의 동시 발생에 대해 소개하였다. 경막하혈종은 두부 또는 척추 외상 후 지연성으로 발생할 수 있다. 초기 검사에서 관찰되지 않았던 경막하혈종이 추적검사에서 발견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호소 및 신경학적 증상 변화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으며, 외상성 두개강내 경막하혈종이 척추 증상을 동반한다면 척추 경막하혈종에 대한 감별진단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또한, 적극적인 치료로 환자 증상에 대한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